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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 한국소설

평균연령 78세 마을에 떨어진 '찌니들' — 《찌니주의보》

찌니주의보 표지
제목찌니주의보
저자정지아
출판사창비
정가16,800원 (판매가 15,120원)
분량232쪽
★★★★★ 9.8 · 종합 주간 베스트 9위, Sales Point 33,990 (알라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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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인가

핵심 포인트
  • 40만 독자를 사로잡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 2022) 정지아의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의 산촌 '수평마을'을 배경으로, 평균연령 78세 주민들과 도시에서 이사 온 두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림
  • 알라딘 소설 MD가 "정겹고 위험한 소설"이라 평하며 편집장의 선택으로 꼽은 화제작, 종합 주간 9위

마을회관에 긴급 소집된 수평마을 주민들. 자칭 지식인 '윤 선생'이 긴급경보를 발령한다. "서울에서 이사 온 두 젊은 여성, 성진과 혜진에 관한 주의보"라고.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찌니들'이라 부르며 수군댄다. "찌니들이 말이여. 레지랴 레지." 레즈비언이라는 말조차 입에 붙지 않는 지역 노인들은 처음엔 선을 넘는 방식으로 그들의 사생활을 궁금해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을회관에 모인 이 완고한 노인들은 뜻밖의 질문에 다다른다. "찌니먼 맘대로 쫓아낼 권리가 우덜헌티 있다요?"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유물론자 아버지의 장례식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해학과 눈물로 버무려 보여줬던 정지아가, 이번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선 넘기'를 이야기한다. 판소리를 보듯 낄낄대다가도 어느 순간 찡해지고, 밉다가도 끝내 애틋해지는 이야기라는 것이 이 소설을 먼저 읽은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핵심 요약

이 소설은 도시와 시골, 젊음과 나이듦, 이성애와 동성애라는 익숙한 경계선들을 무너뜨리며 전개된다. '찌니들'은 처음엔 마을의 이물질처럼 취급받지만, 입으로는 짓궂은 농담과 성희롱에 가까운 참견을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무엇이든 아낌없이 나눠주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씩 스며든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결국 서로가 '식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정지아 특유의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문장으로 그려낸다.

책의 핵심 내용

지리산 풍경

소설의 배경이 된 지리산 자락 풍경 (Wikimedia Commons)

  • 📢 긴급 소집된 마을회관 — '윤 선생'의 경보 발령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낯선 존재를 향한 시골 마을의 집단적 호기심과 경계를 코믹하게 그린다.
  • 🏔️ 수평마을이라는 무대 —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의 가상 산촌으로, 평균연령을 낮추는 데 공헌한 두 젊은 여성의 등장이 마을 전체를 뒤흔든다.
  • 💬 서툰 언어로 익히는 인권 — '레지먼 맘대로 쫓아낼 권리가 있냐'는 노인들의 질문은, 배운 적 없는 개념을 스스로 더듬더듬 발견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 나눔으로 완성되는 식구 — 잎을 찌고 나물을 무쳐 만든 음식을 나누는 장면들을 통해, 말로는 다 설명 안 되는 마음의 변화를 그려낸다.

이 소설이 넘나드는 '위계'들

알라딘 소설 MD 김효선은 이 소설이 여러 겹의 '위계'를 급진적으로 오간다고 짚었다 — 앵무새와 닭 사이의 위계, 결혼제도와 동거의 위계, 지역과 도시의 위계, 젊음과 나이듦의 위계, 외국인 신부와 내국인 사이의 위계까지. 정지아는 이 다양한 층위의 위계를 한꺼번에 건드리면서도, 구체적인 사람들의 실용적이고 대범한 얼굴을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거창한 선언 대신, 함께 밥을 나눠 먹는 자리에서부터 조금씩 허물어지는 경계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2026년 이 소설이 와닿는 이유

도시와 지방의 격차, 세대 간 인식 차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지금, 이 소설은 정답을 제시하는 대신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낯선 존재와 정말 함께 살 수 있을까?" 완고해 보이는 시골 노인들이 서툰 말로 인권의 개념을 발견해가는 모습은, 도시에서 세련된 언어로 관용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울림을 준다. 어떤 혁명은 이렇게 선 넘기의 방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시작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비슷한 책과 비교

도서핵심 주제이런 독자에게
아버지의 해방일지유물론자 아버지의 장례식, 해학과 눈물정지아를 처음 접하는 분
서성이다 (장강명)가족 위기 속 사흘간의 밀도 높은 서사같은 시기 함께 주목받은 한국소설을 찾는 분
찌니주의보 (이 책)산촌 마을과 도시 이주민, 선 넘기의 서사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분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4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가. 남도의 구수한 입말과 뜨거운 인간애로 한국현대사의 굵은 상흔을 풀어내는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해학과 애틋함을 잃지 않으면서 더 급진적인 소재로 영역을 넓혔다.
총평

232쪽의 짧은 분량 안에, 웃음과 눈물과 불편함과 애틋함이 촘촘하게 뒤섞여 있는 소설이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다루는 정지아 특유의 균형 감각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읽고 나면 수평마을 사람들과 한 상에 둘러앉아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어지는, 정겹고도 위험한 소설이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인상 깊게 읽은 분
  •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문체를 좋아하는 분
  • 다양한 가족·공동체의 형태에 관심 있는 분
  • 도시와 지방, 세대 간 인식 차이를 다룬 이야기를 찾는 분
  • 웃다가 울게 되는 한국 현대소설을 좋아하는 분
  • 짧지만 여운이 긴 장편소설을 찾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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