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모순 리뷰 | 양귀자 장편소설 - 삶의 모순을 껴안는 법에 대하여
📚 책 리뷰 | 한국문학

모순》 리뷰 — 양귀자
삶이란 원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모순 책 표지 - 양귀자 장편소설
  • 책 제목 모순
  • 저자
  • 출판사
  • 초판 출간 1998년 (양장본 재출간)
  • 장르 장편소설 / 한국문학
  • 대상 전 연령, 한국 소설 애독자
★★★★★ 5 / 5.0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1998년 처음 출간됐는데 2020년대에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수십 년째 역주행 중인 소설 — 그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세월이 지나도 닳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면, 《모순》이 바로 그런 책이다.

양귀자는 《원미동 사람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으로 잘 알려진 한국 문학의 대표 작가다. 《모순》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오래 사랑받는 소설로 꼽힌다.

"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줄거리

주인공 안진진은 스물다섯 살 여성이다. 시장에서 내복을 파는 억척스러운 어머니,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 보스가 꿈인 남동생 — 어딘가 삐걱거리는 가족 안에서 진진은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린다.

한 명은 김장우. 거칠고 즉흥적이지만 진진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남자. 다른 한 명은 나영규. 추억까지 계획하는 철저한 계획파로, 진진을 가끔 숨막히게 한다. 누가 진짜 사랑인지 고민하는 사이, 진진은 어머니와 이모의 엇갈린 인생을 바라보며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다. 같은 날 결혼했지만 운명은 정반대로 흘렀다. 그 대비 속에서 진진은, 그리고 독자는 묻게 된다 — 행복과 불행은 과연 조건의 문제인가?

등장인물 소개

👤 안진진 (주인공)
스물다섯 살. 모순투성이 가족 안에서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성. 솔직함과 솔직하지 못함 사이에서 늘 흔들린다.
👤 김장우
거칠고 충동적이지만 진진에게 본능적인 끌림을 주는 남자. 그의 앞에서 진진은 처음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
👤 나영규
모든 것을 계획하는 완벽주의자. 진진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때로 숨막히게 한다. 사랑의 또 다른 얼굴.
👤 어머니 & 이모
일란성 쌍둥이. 가난하지만 생기 넘치는 어머니, 부유하지만 우울한 이모. 이 두 삶의 대비가 소설의 핵심 주제를 떠받친다.

어머니 vs 이모 — 소설의 핵심 대비

《모순》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도는 어머니와 이모의 삶이다. 같은 유전자,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진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구분어머니이모
경제적 상황가난 — 시장에서 내복 판매부유 — 넉넉한 생활
삶의 분위기바쁘고 고단하지만 생기 있음여유롭지만 지루하고 우울함
결말억척스럽게 살아남음스스로 생을 마감함
상징하는 것불행 속의 활력행복 속의 공허

풍요의 뒷면에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 풍요가 있다. 행복이라는 것에도 그만큼의 불행이 함께한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말하는 '모순'이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남김없이 다 솔직해버리면 사랑이 누추해지니까. 사랑은 솔직함을 원하지 않으니까.
인생은 짧다고,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고.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읽고 난 후기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어렵지 않고 빠르게 읽히는데, 덮고 나면 한동안 멍하게 된다. 그게 이 소설의 힘이다. 진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모순을 마주하게 된다. 옳은 줄 알면서 옳지 못한 선택을 한 기억, 타인을 깎아내리며 스스로를 채우려 했던 순간들.

특히 어머니와 이모의 대비는 읽을수록 묵직하게 다가온다. 행복의 조건이 갖춰진 삶이 반드시 행복한 삶은 아니라는 것. 인간이란 결국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는 것.

"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

1998년에 쓰인 소설이지만 단 한 줄도 낡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읽으면 더 선명하게 와닿는다. 수십 년째 독자가 떠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총평

《모순》은 삶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주는 소설이다. 사랑, 가족, 행복과 불행 —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것을 뒤집어 본다. 한 번 읽으면 잊히지 않고, 두 번 읽으면 더 많이 보인다. 한국 소설 입문으로도, 오랜만에 깊은 독서를 원하는 독자에게도 자신 있게 권한다.

★★★★★ 5.0점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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